2020년11월5일/ 22호/ 구독 3일(미 현지시간) 치러진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사실상 굳어졌습니다.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약진했죠. 하지만 이건 예상되어온 일이었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나선 현장투표부터 개표하거든요. 이 때문에 중부 '러스트벨트'의 경합주인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은 한 때 크게 뒤졌습니다. 하지만 우편투표함이 속속 도착하자 표차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엔 아무래도 농촌 지역의 개표가 빠르고,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의 개표가 늦습니다. 이 때문에 초반 트럼프 지지표가 쏟아졌지만 도시 지역 개표와 우편투표 개표가 본격화되자 바이든 후보가 승부가 걸린 중부에서도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승부는 위스콘신이 먼저 뒤집히고, 미시간에서 역전이 되면서 확 바뀌었습니다.
언론사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바이든 후보는 위스콘신 미시간 확보로 선거인단 264명(미 동부시간 오후 8시 기준)을 얻었습니다. 앞으로 6명만 추가하면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하게 됩니다.(트럼프는 아직 214명입니다) 현재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는 네바다의 선거인단이 6명입니다. 네바다만 얻으면 끝난다는 얘기입니다. 네바다는 투표율 86%에 차이가 8000표에 불과하지만 남은 표가 대부분 라스베이거스와 리노 등 대도시 주변에서 나온 표입니다. 8대2 수준의 민주당 몰표가 쏟아진 곳이죠.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바이든의 역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불리함을 느낀 트럼프측은 벌써 소송전을 시작했습니다. 위스콘신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고,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개표를 중단해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상원의 경우 현재 48대 47로 공화당이 이기고 있습니다. 남은 5개 선거구 가운데 3대 1로 공화당이 앞섭니다. 조지아의 한 곳은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어 결선투표를 치러야합니다. 개표가 시작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가자 4일(현지시간) 금융시장에선 ‘블루 웨이브’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고 금리는 폭락했습니다. 증시에선 기술주가 오르고 소형주와 금융주 등이 급락했습니다. 몇 시간 뒤 바이든이 역전하자 이런 흐름은 약간 흔들렸지만, 대신 민주당의 상원 탈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대체적인 방향성은 유지됐습니다.
뉴욕 증시에서 이날 다우 지수는 367.63포인트, 1.34% 오르는 데 그쳤지만 S&P 500 지수는 2.20% 상승했고 나스닥은 무려 3.85% 급등했습니다. 기술주들이 줄줄이 폭등하면서 장중 5%가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백악관, 상원은 공화당이 가져가는 상황은 당초 월가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던 상황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를 '베어리시 그리드락'(Bearish Gridlock)이라고 부르면서 부양책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었습니다. 또 다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최대 20%까지 조정 받을 수 있다고 봤죠.
하지만 이날 뉴욕 증시가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기술주가 장세를 이끈 배경은 뭘까요? 네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 정치적 불확실성 감소 월가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만 줄어도 증시는 무조건 오를 것이라고 봤다"며 "시장은 초반에 트럼프 승리, 지금은 바이든 승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게 증시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이 미시간, 위스콘신, 네바다 등에서 역전하는 걸 보고 펜실베이니아 개표 결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는 것입니다. ② 민주당 주도 '증세 + 규제 강화' 어려워졌다 월가 관계자는 "공화당의 상원 지배로 부양책 규모는 줄어들 수 있지만 덩달아 증세나 규제 강화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며 "증시는 분열된 정부의 긍정적 측면을 더 많이 감안하는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이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규제의 칼날을 겨눴던 기술주들은 이날 폭등했습니다. 알파벳은 6.09%, 마이크로소프트는 4,82%, 애플 4.08%, 페이스북은 8.32% 급등했습니다.
공화당의 상원 지배로 민주당이 추진해온 법인세 증세가 쉽지 않게됐고 반독점 등 규제 강화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반면 '블루 웨이브' 수혜주로 꼽혔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주와 인프라딜 관련 산업재와 소재주, 그리고 금리 상승 수혜주인 금융주는 강한 시장 상승세 속에서도 급락했습니다. ③ 미국엔 Fed가 있다 공화당이 상원을 가져가면 부양책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이 때문에 국채 금리는 폭락했습니다. 한 때 '블루 웨이브'를 예상하면서 연 0.945%까지게 치솟았던 10년 물 국채 수익률은 0.756%대로 주저앉았습니다. 하루 20bp(1bp=0.01%포인트)가까이 널뛰기를 한 겁니다. 장 초반엔 트럼프 당선을 예상해 폭등했고, 바이든이 역전했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유지하는 걸 바라보며 하락폭을 유지했습니다.
부양책 규모가 줄어든다면 미 경제 회복 속도는 느려질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분열된 정부와 의회로 인해 미 경기가 악화되면 Fed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양적완화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결국 Fed에 대한 믿음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겁니다. ④ 미·중 무역전쟁 완화 기대 바이든이 당선되면 미·중 무역전쟁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중국 견제라는 화두는 이어지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 등 무자비한 방법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
"美증시, 승자 확정되면 예외없이 올랐다" 리서치기업 CFRA에 따르면 1945년부터 따졌을 때 미국 증시에 가장 유리한 정치적 조합은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상원과 하원 과반은 각각 다른 정당이 차지한 때였습니다. 이 경우 S&P500지수 평균 상승률은 13.6%에 달했습니다. 이번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하고 공화당이 상원, 민주당이 하원을 지배할 경우 이런 조합이 이뤄집니다. 증시 상장률이 가장 낮은 조합은 공화당에서 대통령이 나오고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경우입니다. S&P500 평균 상승률이 4.9%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상·하원을 장악하는 정당이 어디인 지보다 권력 균형이 이뤄졌는 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LPL파이낸셜 자료에 따르면 1950년부터 상원과 하원 우위 정당이 서로 다른 ‘권력분점’ 시기에 연평균 주가 수익률은 17.2%에 달했습니다. 반면 양원을 모두 공화당이 차지했을 때는 13.4%, 민주당이 장악했을 때는 10.7%에 그쳤습니다. 라이언 데트릭 LPL파이낸셜 수석시장전략가는 “시장은 어느 한 정당이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견제와 균형’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권력이 나뉘어 있을 때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느 쪽이 선거에서 이기든 증시 추이는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는 이도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어느 정당이 백악관을 장악하든 대선 이후 주가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1984년부터 2016년까지 아홉 번 치러진 대선일마다 S&P500지수는 평균 0.8% 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토머스 리 리서치 대표는 “증시는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는 지보다 미 대통령이 결정된다는 사실 자체에 더 반응할 것”이라며 “어느 후보든 당선되면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누가 되든 증시는 오른다”고 내다봤습니다. 현재로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내년 1월 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해 역사 상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앞으로 4년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대내외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에 성과가 컸던 핵심 정책 지우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복원에만 나선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커다란 변화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 시절 크게 훼손된 다자 채널이 재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근무할 당시 강한 신념을 갖고 추진했던 파리 신기후 변화 협정에 적극적인 참가 의사를 밝힐 것으로 확실시된다. 신종 코로나비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별도의 국제보건기구를 설립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그린 성장’, 기업 입장에서는‘그린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는 일은 그 어느 과제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 청정형’으로 생산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원자력, 풍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시켜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의 경제 패권 다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대통령과 어느 정당이 집권한다 하더라도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 유지는 최고 책무이자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와 다른 점을 꼽는다면 ‘극한 대립‧근립궁핍화’에서 ‘공생 대립‧내부 역량 강화’로 수정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오바마 헬스 케어’를 우선적으로 복원한 방침임을 코로나19가 악화될 때마다 대선 과정에서 거듭 강조해 왔다.
모든 경제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로 그 어느 분야보다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오바마 정부 때보다 더 강화된 ‘일자리 자석 정책(employment magnet policy)’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을 다시 보자는 ‘리프레쉬’ 운동과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불러들이는 ‘리쇼오링’ 정책을 추진해 세계 공급망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재편시킨다는 방침이다.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법인세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마나 올릴 것인가’에 있어서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35%로 환원시키는 사실상 어렵다.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트럼프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국가채무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8% 내외를 적정수준으로 꼽고 있다. 한국과의 관계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집권 동안 중국에 편향적인 기조를 유지할 경우 트럼프 정부 때보다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오바마 정부 시절 때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소고기, 자동차,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압력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정책은 트럼프 정부나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오바마 정부 시절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로 복귀(Strategic Patience 2.0)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략적 인내란 경제 제제와 압력을 지속하면서 북한이 굴복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개념이다. 트럼프 정부가 미해결 과제로 남길 주한 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 문제도 바이든 정부가 계속해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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