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11월9일/ 24호/ 구독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됐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가 시행해온 정책들을 모두 바꿀 겁니다.
당장 9일부터 코로나 문제를 다룰 전문가 그룹을 당장 임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내년 1월20일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들을 내려 이민정책부터 건강보험까지 트럼프가 했던 모든 정책을 뒤집을 것이란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런 정책 변화는 뉴욕 증시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문제는 어느 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느냐 여부입니다. 외교무역 정책의 경우, 트럼프의 노골적 '미국 우선주의' 기조보다 전통적 동맹 관계 회복에 힘을 쓸 것입니다. 중국과 관련해서도 기존 억제 정책은 지속되겠지만, 트럼프식 우격다짐보다는 동맹들과 힘을 합쳐 견제하는 식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다른 정책들은 어떻게 될 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당장 부양책부터 시작해 기술기업 규제, 증세, 건강보험, 인프라딜 등은 상원 지배 가능성이 높은 공화당과 협의해야하는 만큼 바이든이 쉽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분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환경 친화적인 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셰일오일 채굴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 때문에 유가가 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산유국들의 골칫거리였던 미국의 셰일오일 산유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변수가 있습니다. 이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깨트리고 제재를 통해 세계 4위 규모이던 이란의 원유 수출을 묶어버렸습니다. 하루 산유량 400만 배럴, 수출량 200만 배럴 가량을 대부분 지워버린 겁니다.
그러나 바이든은 2015년 핵합의를 이뤘던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입니다. 핵협정을 되살릴 가능성이 큽니다. 공급 과잉인 세계 원유시장에 하루 200만 배럴 가량이 추가로 뿜어져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란이 수출 시장에 돌아오면 유가를 지탱해온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 합의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란은 감산 예외를 요구할 것이고, 다른 나라들이 산유량을 더 양보할 가능성은 별로 없으니까요.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그리 급하게 핵합의를 되살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월가에선 내년 6월 이란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고 느긋하게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부양책 규모 등과 맞물려 유가 및 에너지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원의 다수당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조지아의 상원의원 선거 두 곳에서 모두 1위 후보가 득표율 50% 이상을 얻지 못해 내년 1월5일 결선투표가 확정된 탓입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현재 상원을 각각 48석씩 확보했습니다. 공화당 후보가 앞서는 알래스카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를 확정지으면 50대 48 구도로 조지아 결선투표에 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1월5일까지 상원 다수당이 어느 당이 될 지 미뤄지게 됐다는 뜻입니다. BCA리서치는 민주당이 조지아에서 두 석 모두 이겨 상원이 50대 50으로 나눌 확률을 25%로 제시했습니다. 확률은 적지만 생길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조지아의 상원 두 석을 모두 민주당이 잡을 경우 캐스팅보트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쥐게 되는 만큼 '블루웨이브' 시나리오가 살아나게 됩니다. 그러면 증시 내러티브가 또 확 바뀔 수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월가 금융사들(모건스탠리, UBS 등)은 "내년, 내후년을 보면 주식이 유망하다, 상승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단기엔 시장이 횡보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 어떤 주식을 사야할 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주도주가 기술주냐, 가치주냐 그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성장주나 가치주에 치우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최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억할 건 신임 대통령 임기가 내년 1월20일 시작된다는 겁니다. 그 전까지는 트럼프가 대통령입니다.
이는 12월과 1월 대부분을 레임덕 세션으로 보내야한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현재 태도로 보면 분명히 협조하지 않을 겁니다.
선거 전 "부양책을 내년 초로 미뤄야한다"고 했던 미치 매코널 대표는 지난 주 "연내 통과가 급선무"라며 전향적 의지를 밝혔습니다. 다만 그 액수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매코널은 지난 금요일 10월 고용지표를 보고 "양호한 10월 고용을 보면 대규모 부양책보다는 표적화된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 번 협상에서 양당의 액수 차이는 좁혀졌지만 실질적 내용에선 차이가 커서 진전이 거의 없었다"며 "양당 입장에서 이제 급한 선거도 지나갔는데 서둘러 부양책을 내놓을 필요성은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레임덕 시즌은 희망적일 수도 있지만 실망을 안겨줄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특히 12월엔 여러 중요한 날들이 포진되어 있어 눈여겨봐야 합니다.
우선 12월8일은 각 주가 대통령 선거인단을 확정하는 날입니다. 그 때까지 재검표가 끝나고 법적 분쟁도 마무리되어야 12월14일 차기 대통령을 공식 확정짓는 선거인단 투표가 이뤄지게 됩니다. 불복이 이어지고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 경우 미국은 상하원이 대통령을 결정해야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또 그 사이에 낀 12월11일은 미 의회가 2021년 정부 예산을 통과시켜야하는 시한입니다. 지금도 임시 예산으로 움직이고 있지요. 만약 그렇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12월12일부터 셧다운될 수 있습니다. 레임덕 의회에서 양당이 잘 협조를 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지난 6일 발표된 미국의 10월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좋았지만 공공부문 쪽은 처참했습니다. 공공부문 고용은 9월에 22만 명 감소한데 이어 10월에도 26만8000명 줄었습니다. 부양책이 끊기면서 주지방정부가 예산 부족 속에 해고에 나선 게 주요 요인입니다. 만약 셧다운이 발생하면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해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 12월14~15일에는 미 중앙은행(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립니다. Fed가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은 여전히 낮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제롬 파월 의장이 밝혔듯이 ‘Fed는 돈을 빌려줄 수는 있지만, 써버릴 수 있는 곳은 아니다’"며 "Fed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남은 건 '완화정책을 장기간 유지하겠다. 재정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거, 부양책 합의, 내년 예산 합의 등이 모두 12월에 순조롭게 풀려가야 연말 '산타 랠리'가 가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CNBC의 주식평론가인 마이크 산톨리는 흥미로운 기사를 썼습니다.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증시를 덮쳐 3월 한 때 주가가 최대 35%까지 폭락했었지만 올해 S&P 500 지수의 수익률은 예년 평균과 비슷한 10% 부근(배당을 포함하면 약 12%)이라는 겁니다. 이는 뭔가 상황이 변했다고 금세 주식을 처분하기보다는 신중히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입증합니다. 🙏바이든 시대…'애플·테슬라' 등 기술주 팔아야 하나 뉴욕증시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선거 결과에 반응했다. ‘바이든 시대’가 왔지만 민주당이 상원 장악에 실패한 것이 포인트다. 대형 기술주를 압박해온 반독점 규제란 불확실성이 완화한 영향으로 기술주가 상승하고 있다. 6일 미국 하원 소속 반독점소위원회에서는 아마존·애플·페이스북·구글 등에 대한 독점 문제를 지적했다. 반독점법 강화를 통해 이들 기업을 강제 분할하겠다는 제안이 담겼지만 상원을 공화당이 유지하면서 입법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기술주가 다시 투자 매력을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초 바이든의 당선은 기술주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원까지 차지하는‘블루웨이브’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시장의 반응은 달라졌다. 조지아의 결선투표가 남았지만 공화당이 가까스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선 바이든 행정부라도 기술주에 대한 정책을 쉽게 바꾸긴 어렵다고 보기도 한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 미국 대형 기술주들의 경쟁력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투자 규모가 큰 헤지펀드나 미국 대형 IT기업 노동자 집단은 바이든 정치후원금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바이든 시대 기술주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주 자체의 매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 우려 요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4대 기술주의 매출 증가율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기업들이 성숙기에 들어선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페이스북과 구글에 대한 기업 분할 압박은 계속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검색·광고 연동 등의 수익 창출 행위를 하는 데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형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일즈포스, 아발라라 등 소프트웨어업체와 전자상거래업체 쇼피파이,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스퀘어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허 연구원은 “대형 기술주의 성장 둔화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중소형 소프트웨어 기술주가 뜰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 이전까지만 해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당선-공화당 상원 다수당 유지'는 가장 나쁜 조합으로 여겨졌습니다. 공화당이 상원을 통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치려는 민주당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우려한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났지만 시장은 오히려 이를 호재로 읽고 있습니다. 바이든 민주당 당선자는 기본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이고, 공화당의 상원 지배 유지는 민주당이 추진한 법인세 인상과 대형 기술주 규제를 어렵할 것이라는 근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 분석이라고 지적합니다. 시장이 어떻게든 호재를 찾고 싶어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은 바이든 시대에 맞춰 자산관리 전략을 수정해야할 때입니다. 신영증권 자산전략팀은 9일 바이든 시대가 주식시장, 채권·외환시장, 원자재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이를 자세히 전합니다.
(1) 주식시장 신영증권은 바이든 시대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중립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공격적 재정 정책에 대한 기대는 줄었지만 법인세 증세와 기술주 규제 우려는 감소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이 조만간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불복 의사를 밝히고 있고, 상원 내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 갈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는 국면에서는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지적입니다 .
2008년 8~9월 사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됐을 당시 S&P500지수가 30% 넘게 빠졌던 사례, 2011년 7월 국가부채한도 증액 협상 결렬 이후 큰 조정을 받았던 사례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2) 채권시장 채권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박스권 내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대선 직후 단기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조정을 받을 수 있단 얘기입니다.
2016년 트럼프 당선 때처럼 채권시장이 긴축발작(tantrum)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당시 재정정책 확대와 감세, 인프라투자 부각되며 트럼프가 당선된 해에만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77bp(1pb=0.01%포인트)가 올랐습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금리의 민감도는 낮아질 전망"이라며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016년 75~80% 민감도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40~50% 수준을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3) 외환시장 바이든 시대에 달러는 중장기적으로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쌍둥이 적자(재정수지, 경상수지)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재정 지출 확대로 재정수지 적자도 대폭 확대됐습니다. 공화당의 상원 지배로 추가 부양책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민주당이 추진해온 증세 가능성도 함께 낮아진 상황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에 비해 신흥국에 좀 더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중 무역분쟁 등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은 자유무역 옹호, 다자주의 외교정책 등을 추진할 전망입니다. 이는 신흥국에게 좀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달러화가 신흥통화 대비 약세를 보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원화는 중국 위안화에 연동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위안화는 달러 대비 추가로 강세를 보이다가 이후 박스권 내 등락을 보일 것으로 신영증권은 내다봤습니다. 금리차이와 경기 흐름 등을 반영하면서 달러당 6.3~6.7위안 사이를 오갈 것이란 관측입니다. (4) 원자재(유가) 시장 바이든 후보는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인프라 개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향후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감소폭이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바이든 후보가 추진할 수 있는 주요 정책들로는 원유·가스 공급 능력 축소(셰일가스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 등)와 기후변화 대응 정책 등이 꼽힙니다.
단기적으로는 공급 감소로 인한 유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발 수요 부진과 여전히 높은 글로벌 원유 재고를 고려할 때 큰 틀에서의 유가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5) 펀드시장 바이든 시대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더 각광받을 전망입니다. 글로벌 ESG 펀드에는 올해 상반기에만 1168억달러가 유입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바이든은 2035년까지 환경 및 클린에너지 산업에 2조달러 투자 계획을 공약했습니다. |
글로벌 에너지 + 원자재 시장 소식을 전달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