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11월13일/ 28호/ 구독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액은 13억8000만 달러가 들어왔고요. 이런 매수세는 더욱 가팔라져서 이달 들어선 지난 12일까지 3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외국인 매수가 몰리는 이유를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한국계 증권사 지점장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들은 헤지펀드 등 현지 투자자에게 한국 주식을 세일즈하는 게 핵심 업무여서 외국인 투자자의 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 백신 개발 뉴스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고 있는 걸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이런 거시경제적 요인에 따라 선진국에서 이머징마켓으로 자금이 흘러가고 있는데, 그 중 코로나 바이러스 통제에 성공하고 산업 구조와 기술 수준이 탄탄한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는 겁니다.
모 지점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가 통제 불능으로 빠져들면서 이머징마켓이 오히려 안전자산처럼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특히 산업,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과 대만 주식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에선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1일 기준 미국의 하루 감염자수는 14만2860명에 달합니다. 사망자도 급증해 이날 1431명에 달했습니다. 이에 따라 뉴욕과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곳곳에서 봉쇄 조치를 다시 강화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이날 유럽중앙은행(ECB)포럼에서 백신과 관련“경제 경로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바이러스 확산으로 앞으로 몇 달은 험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데도 미 정치권의 부양책 협상은 점점 더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양책 협상에서 철수키로 했다는 뉴스가 나온데 이어 공화당 상원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말한)드라마틱하게 큰 부양책에 관심이 없다. 그 규모는 지난 9~10월 논의되던 수준이 되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공화당이 논의하는 5000억달러 수준을 언급한 겁니다. 이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는 317.46포인트, 1.08% 하락한 29,080.1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S&P 500 지수는 1.00%, 나스닥 지수는 0.65% 내렸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힘이 빠지는 양상이었습니다. 이처럼 미 경제의 어려움이 커지며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다변화하려는 욕구가 한국 주식 매수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바이든이 당선되자마자 코로나 TF를 만든 것에서 보듯, 월가 고객들은 봉쇄 등 각종 통제가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로 인해 미 경제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고객들이 일부 자금을 이머징마켓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언제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까요? 지점장들은 최소 올해 연말까지, 길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지점장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돼 투자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거시 경제 흐름에 따라 자산을 재분배하는 것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짧게는 올해 연말, 길면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점장도 "한국으로의 자금 유입은 한국이 잘해서가 아니라 선진국 더블딥 우려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며 "이런 움직임은 (선진국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2021년 10대 투자 테마'라는 보고서에서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를 추천하면서 "한국주식(원화)을 사고, 대만 주식(대만 달러)을 팔라"라고 제시했습니다.
또 씨티그룹은 바이든 시대에 주목할 만한 한국 주식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엔씨소프트 등 네 개를 꼽았습니다. 삼성전자는 미중 기술 경쟁에서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 현대차는 바이든의 탄소제로 정책으로 수소차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 마찬가지입니다. 지점장들에게 외국인 투자자가 눈여겨보는 한국 주식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공통된 답변은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외국인은 이 두 종목에 투자한다고 답했습니다.
LG화학도 단골 관심 품목이었고, 더불어 삼성SDI에도 관심을 가진 곳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미국 내 판매량 회복, 수소차 등에 호재가 있지만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다는 겁니다. 미국이 또 봉쇄된다면 판매 실적도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 지점장은 "현대차나 기아차는 많이 올랐는데, 주요 자동차 부품주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부품에 관심을 갖는 헤지펀드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게임주인 엔씨소프트는 이미 많은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 겨울 새로운 게임 출시는 호재지만, 백신 개발이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지점장은 "미국 금융주의 주가 회복에 따라 일부 한국 은행주를 사는 곳도 있고 백신 수혜 가능성이 있는 녹십자, SK케미칼 등을 지켜보는 곳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모건스탠리 "주가 하락? 걱정마…지금은 주식에 투자할 때" 모건스탠리가 “단기적인 변동성은 무시해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경제 전망이 낙관적인 것이니 걱정 말라면서요. ‘큰 그림(Big Picture)’을 그리고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라는 게 그들의 조언입니다. 이렇게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세 가지 이유를 댔습니다. 첫째, 여러 경제지표가 V자형 경제 회복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10월 비농업 급여 데이터를 보면 실업률은 떨어졌고 노동 참여율은 올랐습니다. 소비자 심리가 유지되고 있고 제조 및 서비스 지표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주택 및 내구재 주문이 늘었다는 통계도 경제가 회복기에 진입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에 미국 GDP 성장률이 5~6%일 것으로 예측합니다. 물론 올해 경기가 안좋았으니 그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겠지만 분명 내년 경기가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죠. 경제 성장률이 이정도라면 기업 영업이익 증가율은 두자리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게 샬렛CIO의 분석입니다.
두 번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리는 이를 ‘ultra-dovish’라고 표현했습니다.) 연준은 2023년 12월까지 주요 단기 연준 금리를 0에 가깝게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낮으면 대출이 늘어 경제 성장이 촉진되고 소비자와 기업 지출도 증가합니다. 연준이 아직 평균물가목표제(AIT)의 지표나 시간 프레임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 개입 없이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양적 완화 정책에 따라 연준이 상당한 속도로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데, 이는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는 채권시장에 유동성을 직접 주입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샬렛CIO는 코로나19가 전국적인 셧다운(봉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 일부 지역에 셧다운 조치가 내려졌지만 미국 경제는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샬렛CIO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공중 보건 조치와 백신 기대감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할 것”이라며 “백신 후보물질 개발은 내년 여름에 일정 규모로 백신을 배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있다”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분석가들은 S&P500 지수가 내년 상반기까지 3700포인트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S&P500 지수는 3500포인트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샬렛 CIO는 “우리가 예측한 경제 전망은 선거 결과로 인해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단기 가격 변동을 무시하고 더 큰 그림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투자자들이 채권보다 글로벌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글로벌 증시에서 흐름의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주와 언택트 관련 주식에서 순환주와 경기재개 관련 주식으로 중점이 옮겨가고 있다. 기술주는 세계 곳곳의 규제 움직임으로 인한 하방 압력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아마존에 대해 반독점 혐의 공식 조사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주요 정보기술(IT) 플랫폼의 독점적 거래행위를 규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번에 나온 초안은 22페이지 분량으로 플랫폼 배타성, 가격 책정, 보조금, 빅데이터 오용 등을 기존보다 더 엄격하게 규정하고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 당국의 초안이 실행된다고 가정하면 유명 플랫폼 기업의 수익이 악화돼 해당 분야에 단기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UBS는 하지만 투자자들이 투자 관련 결정에 나서기 전에 이같은 조치의 뉘앙스를 살펴볼 것을 권고한다.
○혁신 규제가 아니라 '시장지배력 남용' 규제 중국 거대 기술기업들은 그간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분야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규제를 적용받았다. 당국이 적용한 일종의 특혜였다. 이 덕분에 거대한 중국 시장을 발판삼아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들보다 빨리 혁신을 이뤘다. UBS는 중국 당국이 혁신을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형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시스템 차원 리스크를 줄이려고 한다고 본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입점 업체 등에 배타성을 요구하지 않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그 분야의 경쟁과 발전이 촉진된다. 2000년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미국의 독점금지 조치가 구글 등 새로운 '인터넷 챔피언'이 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중국의 장기적 '기술 야망' 중국은 기술 대국이 되려는 야망이 있다. 이 때문에 심각한 규제를 내놓긴 어렵다.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자국 플랫폼 기업이 혁신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자국 기업에 가혹한 규제를 내놓으면 치열한 기술경쟁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규모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관건이다. 대규모 사용자 네트워크와 트래픽을 확보한 사업자가 강자가 된다. UBS가 중국 당국이 강경한 기술 규제나 기업 강제분할 등 조치를 할 일이 없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중국 기업 중 전자결제나 소셜미디어 등 민감 분야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은 많지 않다.
○익숙한 패턴 인터넷 분야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이같은 개입은 매 2~3년마다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나친 산업 불균형이 있나 체크하려 해서다.
중국 당국의 움직임이 특이한 점 하나는 증시 정점 근처에서 나와 한번에 여러 부문을 타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UBS 분석에 따르면 중국 대형 인터넷 관련주는 10월 정점에서 현재 일부 하락했다. 하락 폭이 미국 규제 당국 움직임이 일었을 때 미 증시에서 관련주 가격이 내린 것과 비슷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UBS는 투자자들이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을 권고한다. 시장은 뉴스 헤드라인과 규제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둘 모두 단기 압력에 영향을 더 줄 수 있다. 앞으로 며칠 내에 주요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면 각 기업의 대응안과 규제 영향 전망 등이 더 알려질 것이다. UBS는 현재 나온 안 이상의 규제가 구체화되지 않고, 주요 기업 밸류에이션이 과거 최저점의 15% 범위 이내로 하락할 경우 다시 매수세가 올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장기 투자자들에겐 규제 공포로 인한 투매는 오히려 낮은 가격에 장기 투자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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